풍성했던 명절 연휴가 끝나고,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한숨부터 나오시나요? 맛있게 먹었지만, 이제는 조금 물리기 시작한 명절 음식들, 그중에서도 가장 처치하기 곤란한 것이 바로 '전'입니다. 데워 먹자니 그 맛이 안 나고, 버리자니 정성과 음식이 아까워 고민이 깊어지죠.
하지만 걱정 마세요. 냉장고 속 애물단지 같았던 남은 부침개가 우리 집 식탁을 책임질 근사한 일품요리로 완벽하게 변신할 수 있습니다. 기름진 전을 이용해 얼큰한 찌개를 끓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로, 때로는 분위기 있는 서양식 요리로 재탄생시키는 마법 같은 비법 3가지를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냉장고 속 골칫거리, 보물이 되다
명절 내내 기름 냄새와 함께 만들어낸 수많은 전들은 시간이 지나면 기름에 절어 눅눅해지기 마련입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도 처음의 바삭함과 고소함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기름진 식감만 남아 손이 잘 가지 않게 되죠.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약간의 창의력입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이 남은 음식들은 새로운 요리의 훌륭한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전 자체의 고소한 맛과 감칠맛을 베이스로 활용하면, 별다른 양념 없이도 깊은 맛을 내는 요리를 아주 손쉽게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남은 전을 활용해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보세요.
얼큰한 국물 요리의 재탄생, 모둠전 찌개
기름진 음식으로 더부룩해진 속을 시원하게 풀어줄 메뉴를 찾고 계신다면, 정답은 단연 '모둠전 찌개'입니다. 명절 음식의 느끼함을 한 번에 잡아주는 이 메뉴는 남은 전을 가장 효과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최고의 해결책 중 하나입니다. 각기 다른 재료로 만든 전들이 국물에 어우러지면서 복합적인 감칠맛을 선사합니다.
만드는 방법은 놀라울 만큼 간단합니다. 냄비에 멸치 다시마 육수를 붓고 신김치나 무를 넣어 시원한 맛을 낸 뒤,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국간장으로 칼칼하게 간을 맞춰주세요. 국물이 한소끔 끓어오르면 동태전, 동그랑땡, 꼬치전 등 남은 전을 종류별로 넣고 마지막에 대파와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는 얼큰한 전 찌개가 완성됩니다.
아이들도 열광하는 이색 간식, 동그랑땡 샌드위치
명절 음식을 유독 지루해하는 아이들 입맛을 사로잡을 특별한 메뉴가 필요하다면, '동그랑땡 샌드위치'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익숙한 전의 모양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형태로 만들어주면, 편식하는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즐겁게 먹을 수 있는 훌륭한 간식이 탄생합니다.
모닝빵이나 식빵을 반으로 가른 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살짝 데운 동그랑땡이나 육원전을 패티처럼 올려주세요. 그 위에 신선한 양상추와 토마토, 슬라이스 치즈 한 장을 얹고 케첩이나 머스터드소스를 살짝 뿌려주면 완성입니다. 작고 귀여운 미니 버거는 맛은 물론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줄 겁니다.
고소함의 극치, 치즈 이불 덮은 전 그라탱
가끔은 익숙한 한식에서 벗어나 와인 한 잔과 어울리는 분위기 있는 요리로 즐기고 싶을 때가 있죠. 남은 전과 치즈만 있다면 아주 간단하게 근사한 '전 그라탱'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고소한 전과 짭조름한 치즈의 조합은 상상 이상으로 훌륭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을 자랑합니다.
오븐용 그릇에 먹기 좋게 자른 전을 깔고, 그 위에 시판 토마토소스나 크림소스를 취향에 맞게 부어주세요. 마지막으로 모차렐라 치즈를 빈틈없이 듬뿍 뿌린 뒤, 180도로 예열된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서 치즈가 노릇하게 녹을 때까지 약 10~15분간 구워주면 됩니다. 근사한 비주얼의 홈파티 메뉴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남은 전 보관,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모든 요리의 시작은 신선한 재료 보관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남은 전을 더 맛있고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올바른 보관법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을 부친 뒤에는 한 김 식혀서 남아있는 기름기를 키친타월로 가볍게 눌러 제거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기름기를 제거한 전은 종류별로 구분하여 한 번 먹을 만큼씩 소분한 뒤, 겹겹이 쌓는다면 중간에 종이 포일을 한 장씩 끼워주세요. 그 후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 보관하면, 전이 서로 달라붙거나 눅눅해지는 것을 막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다양한 요리에 손쉽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전이 너무 기름진데, 찌개를 끓이면 국물까지 느끼해지지 않을까요?
A. 전에서 나온 기름이 국물에 녹아들며 오히려 깊은 맛과 감칠맛을 더해줍니다. 하지만 너무 기름진 것이 걱정된다면, 전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기름기를 한 번 빼준 뒤 찌개에 넣으면 훨씬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Q. 냉동 보관했던 전은 어떻게 해동해서 사용해야 하나요?
A. 찌개나 탕에 넣을 때는 별도의 해동 없이 냉동 상태 그대로 넣고 끓여도 괜찮습니다. 샌드위치나 그라탱에 활용할 때는 실온에서 10~20분 정도만 살짝 해동하여 조리해야,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지 않아 질척거리지 않고 본연의 식감을 살릴 수 있습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백종원 표 전찌개, 남은 전 활용법 (매일경제)
▶ 남은 전을 꽃꽂이 하듯 냄비에 넣고 쌀뜨물(또는 물), 새우젓, 간마늘, 국간장, 고춧가루 등으로 끓이면 전찌개 완성. 전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다양한 전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리폼 요리입니다. - 전 모닥치기, 떡과 어묵을 곁들인 매콤달콤 전요리 (에스콰이어코리아)
▶ 남은 전, 떡, 어묵을 고추장·간장·고춧가루·설탕 등으로 만든 양념장에 끓여내는 전 모닥치기. 떡볶이처럼 색다른 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 전라면, 남은 전으로 라면을 업그레이드 (만개의레시피)
▶ 라면을 끓일 때 남은 전을 함께 넣고, 마지막에 계란물을 풀어주면 전라면 완성. 전의 고소함과 라면의 얼큰함이 어우러져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가 됩니다.